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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한림랩 뉴스룸] 노인보호구역 31곳인데, 춘천 보행 사고는 그대로

  • 조회수 23
  • 작성자 미디어스쿨
  • 작성일 25.07.16

노인보호구역 31곳인데, 춘천 보행 사고는 그대로

인적 없는 곳엔 보호구역 지정, 사고 다발지역은 미지정 탓

(https://omn.kr/2egb0)


춘천 시내 노인보호구역이 시니어 보행자가 많은 곳에는 없고 인적이 거의 없는 곳에 설치되는 등 관리 부실로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보호구역은 교통약자인 노인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실시됐다.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도로에서 운전자는 시속 30km이상으로 속도를 올릴 수 없고, 주정차 등도 제한된다. 춘천시도 노인보호구역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9년부터 보호구역을 지정해 노인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 


약사명동 풍물시장 인근에 위치한 노인보호구역에서 노인이 보행을 하는 모습이다. ⓒ 안디모데 기자

유동 인구가 많은 약사명동 풍물시장 인근에 위치한 노인보호구역. 기자는 5월 22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구역 내 한 횡단보도를 관찰한 결과 101명의 노인이 보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해당 지역에는 불법주정차 차량을 막기 위해, 주정차 단속 차량도 한 차례 돌아다니는 등 쾌적한 도로 환경 조성을 위한 시 행정 활동이 정상 가동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노인보호구역 풍경이 다 이 풍물시장과 같은 것은 아니다.

5월 6일 오후 2시 5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조양리의 한 노인보호구역에서 보행자 동향을 살핀 결과, 단 4명만이 길을 오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틀 후인 8일 신북읍 지내고탄로에 위치한 노인보호구역을 살폈을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전 11시 10분부터 12시 10분까지 보행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같은 날 오후 12시 20분부터 1시 20분, 1시 25분부터 2시 25분까지 신북읍 지내리에 위치한 두 곳의 보호구역을 살펴봤을 때도 보행자는 각각 1명과 2명이 전부였다.


신북읍 지내고탄로에 위치한 노인보호구역. 보행자가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 안디모데 기자

이 지역에서 50년 동안 마트를 운영 중인 김모(80)씨는 "이쪽 길에 사람은 잘 안 걸어 다닌다"며 "노인들도 대부분 차로 이동하고, 농사일도 있어서 이쪽 길은 안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도로 위에 큰 글씨로 적힌 '노인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무색해 보였다. 


5월 20일 오후 3시 35분경 방문한 동면 가락재로의 한 노인보호구역은 한 시간을 지켜 봤음에도 보행자는 한 명도 없었다. 같은 날 오후 4시 40분경, 동면 상걸리의 한 노인보호구역에서도 보행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동면 가락재로의 노인보호구역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박희원(81)씨는 "하루에 2~3명 지나가면 많은 것"이라며 보행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보호구역 내 시설의 미흡함도 지적했다. "보행로가 길을 따라 계속 이어져 있지 않아 보행 자체가 불편하다"며 "때문에 대부분 차량을 이용해 이동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보호구역 내 보행로는 일부분에만 설치돼 있었다. 더욱이 버스정류장이 있음에도 보행로가 연결돼 있지 않아,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면 차도를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노인보호구역에 노인이 걸어다닐 보행로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셈이다.


동면 가락재로의 노인보호구역. 횡단보도가 무색하게 보행로는 설치되지 않은 모습이다. ⓒ 안디모데 기자

인적이 없는 곳의 '노인보호구역'과는 달리, 사고다발 지역에서는 오히려 노인보호구역 지정이 안 된 곳도 있다. 지난달 10일 오후 12시 25분에 방문한 효자동 강원향군회관 인근 도로는 보행자 사고 다발 구역이다. 한 시간 동안 이 곳의 보행자 수를 확인한 결과, 총 91명이 지나갔고, 이 중 노인은 33명에 달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55분에 방문한 이마트 춘천점 인근 도로는 총 보행자가 196명, 이 중 노인은 73명에 달했다. 한 시간 지켜본 데 따른 수치이지만 노인 보행자가 36~37%에 달하지만 노인보호구역 지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 춘천점 인근에서 노인 보행자 두 명이 횡단보도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 안디모데 기자

이처럼 필요한 곳에는 없고 인적이 없는 곳들에 노인보호구역이 지정되는 이유는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이 신청할 때 노인보호구역이 주로 지정되는 현실에 기인한다. <어린이ㆍ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노인보호구역은 노인복지시설 등을 설립ㆍ운영하는 자가 시장 등에게 주변도로를 '노인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동인구가 1시간에 0명인 곳이라도 노인복지시설이 있다면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노인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시 당국이 별도의 보호구역 지정 등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시니어 보행안전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 노인 또는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특별히 인정되는 경우에 시장이 직접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시 당국의 행정 의지가 없다면 실현되지 않는 정책인 것이다.

이처럼 보호구역 지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노인보호구역 지정이 늘어도 사고 예방 효과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춘천에 '노인보호구역'이 처음 설치된 것은 2009년이다. 이듬해인 2010년과 2012년에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는 각각 71, 77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내 노인보호구역이 31곳으로 늘어난 지난해에도 노인 보행자 사고는 70건이다.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강원도 고령화율은 25.3%로 전남, 경북에 이어 세 번째다. 노인보호구역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안디모데 대학생기자

덧붙이는 글 | 000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노인보행자#노인보호구역#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