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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주의 언론과 진실 사이] 종합편성 개념과 승인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 조회수 411
  • 작성자 미디어스쿨관리자
  • 작성일 20.11.03

[송현주의 언론과 진실 사이] 종합편성 개념과 승인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지난 주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MBN의 위법행위에 대해 6개월 방송 전부 영업 정지의 행정처분을 의결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MBN은 2011년 승인을 위한 납입자본금 3,950억을 맞추기 위해 임직원을 차명주주로 활용했고 재무제표도 허위로 작성했는데, MBN 측도 재판과 방통위 청문회에서 자본법 편법 충당 혐의를 모두 시인한 바 있다. 방송사업자의 허가·승인·등록의 취소 등을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18조 1항에 따르자면 MBN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얻었기 때문에 방통위는 2011년 최초의 승인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업무 전부 또는 일부 정지, 광고 중단 또는 승인 유효기간 단축을 명할 수 있다. 

그동안 다른 종편채널인 TV조선이나 채널A의 재승인 심사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행정처분에 대한 반응 또한 엇갈린다. 모두가 불만이고, 나름의 일리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처분이 내년 재보궐선거, 내후년 대선, 지방선거를 위한 문재인 정권의 종편 길들이기,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시청자의 권익도 침해되고 관련 업계와 종사자들의 경제적 피해 또한 우려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실제 이번 행정처분을 통해 방통위는 방송사의 승인을 취소하거나 재승인을 거부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정 기간 방송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의지와 힘을 보여줬다. 행정처분과는 별개로 이번 달에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는 MBN은 물론이고 지난 4월 재승인 점수 부족과 검언 유착 의혹으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TV조선과 채널A가 방송국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는 걱정이 현실화 된 것이다. 종편채널들이 어떻게, 얼마나 바뀔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은 확실하다. 반면 이번 행정처분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애초에 4개 종편채널을 승인할 때 거대 방송이 한 번 시작되고 나면 비록 법조문상으로는 승인 취소나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다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을 거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물론 6개월 방송 중단이 MBN 입장에서는 치명적이겠지만 승인 취소도 가능한 사유이기 때문에, 그동안 종편채널에 대해 관대했던 혹은 언론권력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던 방통위의 한계, 예견됐던 우려를 또 다시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MBN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6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방송이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방송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고려해 법적 대응 등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MBN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6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방송이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방송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고려해 법적 대응 등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이번 행정처분을 둘러싼 논란과는 무관하게, 종편채널은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방송의 다양성 증진이나 경쟁력 강화 등 앞에 내세운 명분의 뒤에는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보수언론에게 미래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배려와 보수정권에 저항적인 공영방송의 영향력을 축소해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공론장을 공고히 하겠다는 정치적 기획도 자리 잡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의 실세였던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이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송법 개정을 밀어붙인 실질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앞세운 명분은 오간데 없으나 그 이면의 불순한 목적은 초과 달성됐고, 종편채널이 구축한 방송 생태계로 인해 그 기득권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 종편, 개념도 유령 개념
 차라리 진입 장벽 허물어 편성 자율화하고
 공적 책임 엄격히 심의하고 강하게 제재해야


 사실 잘못 끼워진 첫 번째 단추는 종편채널이라는 개념 자체에 있다. 방송법은 보도와 교양, 오락 등으로 방송프로그램의 분야를 나눈 뒤, 다양한 방송분야 상호 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을 종합편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반면 전문편성은 보도와 교양, 오락 중 특정 방송 분야의 방송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편성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까지는 편성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방송법이 방송사업자에 따라 편성 방식을 규제하는 데서 시작되는데, 종편채널은 종합편성을 허용하고 전문채널은 전문편성만 허용한다. 그런데 방송법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관련 조항들을 모아보면 종합편성은 곧 보도 프로그램의 포함 여부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YTN이나 연합뉴스TV와 같은 보도전문채널을 제외한 전문채널은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만 편성할 수 있고 지상파사업자, 종합편성채널사업자, 보도전문채널사업자에게만 보도가 허용된다. 여기서 첫 번째 의문. 뉴스와 정보는 다다익선이라는 게 자유주의 언론사상의 기본 원리 아닌가? 예를 들어 낚시를 좋아한다고 알려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낚시터에 앉아 정치논평을 하는 프로그램을 낚시 채널에서 보게 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일까?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허가제와 검열이었는데, 방송 보도에 관한 방송법 조항들만 놓고 보면 우리 방송은 여전히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아이러니는 보도 프로그램의 편성 금지는 현실에서는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지간한 경제전문채널들은 경제 관련 뉴스와 해설, 논평을 제작, 편성하고 있다. 방통위는 유사보도 프로그램이 만연한 것을 알면서도 이러한 방송법 위반 행위를 내버려두고 있다. 이는 비밀 아닌 비밀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2020.4.17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2020.4.17ⓒ뉴스1

또 다른 의문. 보도 프로그램만 제외하면 누구나 종합편성을 할 수 있다면 종합편성과 종편채널의 실체는 무엇인가? 보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도 편성하라는 것인데, 그게 종편채널이라는 방송사업자의 범주를 새로 만들만큼 그리 중요한 사안인가? 온갖 종류의 전문채널이 넘쳐나고, 시청자가 선호채널을 편집해서 볼 수 있는, 그래서 전문채널의 총합이 결과적으로 종합편성채널이 될 수 있는 시대에 말이다. 사실 종편채널이라는 시대착오적 개념의 비밀은 따로 있다. 이 개념으로 인해 종편채널은 일반 케이블방송채널이 아니라 지상파방송과 동급의 거대 방송사로 인식됐고 10번대 후반 채널번호라는 어마어마한 비공식적 특혜도 제공받았다. 물론 그 특혜는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선의로 부여한 것일 수도 있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간절한 마음이 그들에게 이심전심으로 전달됐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종편채널의 모회사인 조중동과 매일경제의 읍소가 통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종편채널이 초기에 저가의 정치토크쇼 프로그램을 주로 방송했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으로 유력 방송사라는 이미지와 시청자들의 시청패턴에 들어갈 수 있는 채널번호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막대한 초기 자본금을 단기간에 모을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안타깝지만 다 지나간 일이다. 

지금에 와서 종편채널의 승인을 취소하거나 재승인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종편과 종편채널이라는 유령 개념과 그 위에 쌓아 놓은 승인이라는 진입장벽은 이제 허물 때가 됐다. 원하는 방송사업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가능하다면 기존 종편채널과 같은 블록에 채널번호를 부여해야 한다. 사업자가 원하는 만큼 종편채널을 더 늘려서 자유롭고 현실적인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영업 정지와 채널 번호 변경 등등으로 공적 책임의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 그 결과에 대한 보상과 제재가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MBN에 대한 방통위의 행정처분이 논란만 불러일으킬 종편채널의 승인 취소나 재승인 거부가 아니라 종편 개념과 종편채널 범주, 승인 제도의 폐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