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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주의 언론과 진실] 언론개혁 입법? 시작도 하지 않은 언론개혁

  • 조회수 89
  • 작성자 미디어스쿨관리자
  • 작성일 21.03.02

[송현주의 언론과 진실] 언론개혁 입법? 시작도 하지 않은 언론개혁



더불어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가 내놓은 법안들이 논란이다. 위원장인 노웅래 의원은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야당은 물론이고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6대 언론개혁입법 혹은 가짜뉴스 3법이라는 이번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그리고 형법 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을 곰곰이 따져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얼마나 실익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언론중재위원 정원의 상한을 현행 90명에서 120명으로 확대하고, 정정보도는 원래 보도의 최소 2분의 1 이상의 시간·분량으로 할 것을 의무화하며, 인터넷에 게재된 기사가 사생활 핵심 영역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경우 기사 열람을 차단하도록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논란에서 어느 정도 비켜나 있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출판물'에 방송, SNS, 유튜브 등을 추가하는 형법 개정안도 그렇다. 물론 이 법안들이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적다는 말이다. 반발과 비판이 집중된 법안은 인터넷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 과실에 의해 거짓 또는 불법 정보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액의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댓글에 의해 중대한 심리적 침해를 받을 경우 해당 댓글이 게재된 게시판 운영의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노웅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 언론 상생TF 단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2021.02.09                          
노웅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 언론 상생TF 단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2021.02.0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기본적인 방향성에서 이번 개정안들은 ‘피해 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불가피하다. 기본권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피해 구제와 자유 보장 중 무엇이 더 절실하고 시급한 지에 대한 판단이 관건인데, 나는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 경향과 인터넷 이용자의 행태를 고려할 때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또한 어느 정도 형성돼 있기 때문에 원칙이나 가치를 놓고 갑론을박하기보다는 법안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따지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모두의 입장이 그러한 건 아니다. 언론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의 권력 비판에 재갈을 물릴 거라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보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라 가정하기까지 한다. 


반면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번 법안에 따라 그동안 미흡했던 피해 구제가 ‘현실화’하는 수준에 그칠 뿐 ‘징벌적’ 성격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법원이 언론보도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결정한 손해배상액의 평균값은 1858만 원이며 중간값은 66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몇몇 고액 손해배상 소송 때문에 평균값이 높아져 있지만 소송의 절반은 결정된 손해배상액이 660만 원 이하라는 것이다. 수백억의 천문학적 배상 결정이 나오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법원이 개인의 명예나 심적 피해 등을 과소평가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 액수에 세배를 곱한다 한들 피해자에게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되기 어렵고 언론사에게 징벌이 될 리는 만무하다. 승소율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되는 언론보도는 언론사의 귀책사유가 분명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비율은 지난 10년간 50%를 넘긴 해가 없고, 30%에 미치지 못한 적도 있다. 사건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법원의 판단은 경향적으로 보면 언론사에 관대한 편이다. 법원이 바뀌지 않는 한 법안 자체가 가져올 변화는 크지 않은 것이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제약은 불가피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이 언론사뿐만 아니라 개인에까지 확대되는 건 과도하다는 시민단체의 비판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허위조작정보나 가짜뉴스의 폐해는 종종 동영상 공유 플랫폼과 SNS 상에서 발생하고 최초 생산자와 유포자는 언론사가 아니라 개인, 1인 미디어 운영자 등인 경우가 많다. 혹자는 유사언론행위를 하는 이들을 언론사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하자고 하는데, 스스로 등록하지 않는 사람들을 억지로 언론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의 발생 현황과 이용자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의 성격을 고려할 때 법 적용 대상을 언론사로 한정해서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댓글로 인해 피해를 입을 시 게시판 운영 중단을 요청할 수 있게 한 개정안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주장도 딜레마의 한 쪽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비판 댓글을 차단하기 위해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악성 댓글을 방치할 수도 없고 수천수만 건의 댓글 중 해당 댓글만 골라내 차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더 시간을 두고 논의한다고 해도 묘수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게시판 운영 중단의 결정권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재량으로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사실 ‘고의’, ‘악의’, ‘중대 과실’ 등 언론이나 개인이 자신이 쓰고 말한 내용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건은 입증보다 반증이 훨씬 쉽다. 설령 사후에 거짓으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최초에 사실로 믿을 만한 정황이나 근거가 있었다면 혹은 사실 확인을 위해 나름 노력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주관적 평가나 의견은 대부분 제외된다. 이러한 면책 조건을 충족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인해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들의 언론·표현 행위에 대해 차분하게 성찰해 봐야 한다. 물론 정보에 대한 신빙성이 충분해도 중압감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태블릿 피씨를 보도하기까지 jtbc 보도국이 느꼈을 심리적 압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압박과 부담에서 소송에 대한 두려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말하고 쓰는 내용이 진실이라 믿으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걱정돼 망설이게 된다면 나(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말하고 쓰는가에 대해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입법 과정에서 그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도 이런 저런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언론·표현의 자유의 오남용을 제한하고 그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겠다는 이번 법안들의 원칙과 방향성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법안들은 언론 개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노골적인 허위 조작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언론 개혁은 그 폐해를 최소화하거나 구제하려는 노력과는 별개의 문제다. 불공정, 과장, 왜곡 보도 등은 그 실체를 법적으로 확정할 수도 없고 피해를 산정할 수도 없으며 처벌도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그런 보도를 지탱하는 관행이나 구조적 조건을 혁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나는 지금 현시점에서 필요한 언론 개혁은 언론사들의 담합 구조를 해체하고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입처 기자단은 그 상직적인 사례다. 물론 문제제기는 수년째지만 정부의 해결 의지와 실천 방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김승원·최강욱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전국언론노동조합·미디어오늘이 공동 주관한 ‘ABC협회 부수조작 의혹 긴급토론회’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승원·최강욱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전국언론노동조합·미디어오늘이 공동 주관한 ‘ABC협회 부수조작 의혹 긴급토론회’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미디어오늘



언론 개혁의 필요성 보여주는 조선일보 발행부수 조작 논란
 정부의 언론 ‘보조금’ 지급 관행도 국민 여론 수렴해야



최근 터져 나온 유료부수 비율 조작 사건은 언론 개혁의 지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신문과 잡지 등의 발행 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협회에 따르면 2019년 조선일보의 발행부수는 121만 2208부, 유료부수는 116만 2953부로 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유가율은 95.94%에 달했다. 하지만 ABC협회 내부구성원의 진정에 따라 문체부가 직접 신문지국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해 보니 유가율은 평균 60%가 되지 않았다. 그 비율에 따라 추정해 보면 조선일보의 발행부수는 60만부에 미치지 못한다. 조선일보의 수치를 준거로 삼으면 다른 종합일간지들과 경제지들도 실제 유료부수는 절반 이하라고 추정할 수 있다. 사실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ABC협회도 속은 게 아니라 조작에 개입했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문체부는 정말 몰랐을까? 조작된 유료부수는 정부 광고 단가 산정과 신문운송료 지원의 근거자료로 활용됐다는데, 

여기서 정부 광고·홍보의 실체가 또 드러난다. 정부가 2019년에만 각종 미디어에 지출하는 광고·홍보비는 2019년의 경우 약 9천억 원이었다. 정부가 정부 광고비나 협찬 명목으로 언론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는 군사독재시절에 시작돼 민주화 이후 34년이 흐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언론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는 한 번도 국민 여론을 수렴해 본 적이 없다. 지원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구시대적인, 그마저도 담합으로 조작된 유료부수에 연동시키는 방식에 동의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언론 개혁은 최종적으로는 관련 법안의 제·개정을 통해 공고화되는 것이지만 개혁의 실체적 대상은 유력 언론들 간의 담합과 불공정 경쟁이고 그 시작은 이를 묵인하고 때로는 활용하는 정부의 공적 소통 방식의 혁신이어야 한다. 행여나 정부 여당이 이번 6개 법안 통과를 내세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언론 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